지난 7월에 개봉했던 '은밀하게 위대하게'에 이어서 오랜만에 한국영화가 휴스턴에 찾아왔습니다. 바로 '관상' 입니다. 영어 제목으로는 The Face Reader 로 되어 있네요. 한국에서는 누적관객수 8백만(10월 6일 현재 8,712,865명,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을 넘어서 9백만을 향해가고 있다고 하니 어느 정도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아무래도 이 곳 사람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관상'이라는 동양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영화가 전개되기 때문에 흥행을 기대하기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른 한국영화와 마찬가지로 한인들을 중심으로 관람이 이뤄지겠죠. 오늘 제가 다녀갔을 때에도 예상대로 대부분 한국인 관객이었습니다. 그나마 지난번 '은밀하게 위대하게'보다 좀 더 많은 분들이 보러 오신 것 같아 다행이었습니다. 관객들이 찾아와야지 한국영화가 계속해서 상영될 수 있을테니까요. AMC Studio 30 상영 스케줄상으로는 8월 5일부터 8월 10일까지 상영을 한다고 나와 있네요. 일주일정도 밖에 안되는 짧은 상영기간이 아쉽지만, 그래도 LA나 뉴욕보다 한인 사회가 작은 이곳 휴스턴에서 이렇게 간간히 한국영화가 상영되는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관상 The Face Reader


과연 우리의 운명은 정해져 있는가?




'관상' 미국 포스터 입니다. The Face Reader, Look Fate in the Face. '관상'이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은 미국인들이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받아들일지 궁금합니다. 사람의 얼굴에는 삼라만상이 모두 들어 있으니 그 자체가 우주라고 표현한 대경(송강호)의 대사를 과연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말입니다. 직접 물어볼 기회가 없어서 알 수는 없지만, 포스터 상으로는 배우들의 인물화 같은 사진과 압축된 문장으로 '관상'이라는 개념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말 내로라 하는 배우들이 등장하는군요. 캐스팅만으로도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될 수 밖에 없는 영화가 아닌가 싶습니다.




AMC Studio 30 홈페이지 '관상' 소개글 캡쳐화면



영화 속 이야기를 잠깐 해보면 '과연 우리의 운명은 관상대로 정해져 있는가?' 라는 질문에 이 영화는 예! 라고 대답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목이 잘려나갈 운명이라고 내경(송강호)가 예언한 한명회는 4대에 이르는 왕을 모시고 큰 사고없이 죽었기 때문에 운명을 거스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결국 죽은지 14년 후 무덤에서 꺼내어져 목이 잘리는 부관참시를 당합니다. 왕이 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던 수양대군(이정재)도 잔인한 이리를 떠올리게 하는 본인의 관상대로 안평대군(백윤식)을 처참하게 누르고 권좌를 차지 합니다. 아들이 관직에 나아가면 목숨이 위태로울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내경(송강호)도 그의 운명을 막지는 못합니다. 



관상 혹은 운명, 믿어야 할까요?



그러나 그것은 영화 속의 이야기 일뿐 우리들의 현실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내경(송강호)의 아들 진형(이종석)이 과거시험을 준비하면서 무엇이 가장 어려웠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운명에 체념하지 하지 않는 것'이라고 대답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사실 운명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 속 인물들도 각자 원하는 바를 이루려고 노력한 이후의 결과물들이지, 가만히 앉아서 운명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만약 관상을 믿는다면 관상에서 이야기 해주는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해서 장점은 드러내고, 단점은 개선하면서 얼마든지 운명은 바뀌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7월달에 올린 '은밀하게 위대하게' 미국에서 관람하기 편에서도 소개하긴 했지만, 영화관 AMC Studio 30 의 모습을 잠깐 소개하고 끝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티켓 박스입니다. 가격이 시간대별로 다릅니다.


상영시간 가격(성인)

11:05  $06.50

14:10  $08.25

17:25  $10.00

20:35  $10.00




지난 번에는 몰랐는데 무인판매기도 한 켠에 자리하고 있었네요.




총 30개의 상영관이 모두 1층에 자리하고 있고, 건물 중앙에는 이렇게 매점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팝콘이나 음료 말고도 간단하게 식사를 할 수 있는 케익류나 셀러드류도 있습니다.




음료수 판매대 입니다.




컵을 대고 원하는 음료수 버튼을 누르면 되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종류의 탄산음료수가 한 기계에서 나오다니, 코카콜라 종류만 4가지 입니다.




뭔가 했더니 팝콘 위에 버터를 뿌려주는 기계인 모양입니다.



사실 저희는 설국열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여기서는 언제쯤 개봉할런지. 한국에서는 이미 개봉하였지만 비슷한 주제를 가진 멧데이먼 주연의 엘리시움 Elysium 때문에 미국 개봉이 미뤄졌다고 들었습니다. 늦어도 괜찮으니까 아무쪼록 좋은 내용의 많은 한국 영화들을 계속해서 해외 시장을 두드렸으면 좋겠습니다. 관람객수 2명은 여기 보장되어 있으니까요.

Posted by Mr. 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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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영어 공부 좀 하라고 6개월간 구독해 준 타임지, 그런데 평소에 잘 읽지 않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보다는 사진과 인포그래픽 구성만 훑어보고 덮기가 일쑤죠. 책상 한 켠에 쌓인 타임지를 보면 아내에게 미안해집니다. 그런데 오늘 그렇게 몇 장 들춰보다가, 우연히 한국 풍경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타임지가 본 한국 국군의 날 풍경

그런데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인데? 김인숙 작가의 제작비 6억짜리 사진!




처음에는 단체로 등장한 아시아인들의 모습에 무심코 들여다 봤는데 아무리 봐도 한국의 직장인들처럼 보였습니다. 눈에 익숙한 오피스룩의 옷차림과 목에 맨 아이디카드, 한국 사람, 중국 사람, 일본 사람 섞어놓아도 한국 사람은 한국 사람을 알아보잖아요.  




자세히 봤더니 지난 10월 1일 제65회 국군의날 시가행진 때, 그 모습을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는 직장인들을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타임지에서는 운동경기를 관람하는 관중에 비유를 해놓았네요. 그리고 사진을 찍은 기자분은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님이라고 표시되어 있습니다. 로이터 Reuters 는 왜 함께 적혀있는지 잘 모르겠는데, 아마 같은 사진을 로이터에도 송고하시나 봅니다. (연합-로이터가 함께 표시된 이유는 맨 마지막 부분에 추가된 김도훈 기자님의 답메일에 나와있습니다.) 본인의 사진이 타임지에 실렸는지 알고 계실까요? 혹시 연합뉴스 홈페이지에 연락처가 있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메일이라도 한 번 보내보게요.


국군의 날을 Nation's Armed Forces Day 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원래는 10월 1일이 국군의 날이 아니었는데 과거의 육군의 날(10월 2일), 공군의 날(10월 1일), 해군의 날(11월 11일)을 하나로 합쳐 1956년에 제정하였다고 합니다. 특별히 10월 1일이 선택된 이유는 1950년 6·25전쟁 때 동부전선에서 육군 제3사단이 앞장서 38선을 돌파, 진격한 날인 10월 1일이라고 하네요. 또한 1953년 10월 1일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 미국 워싱턴 D.C.에서 대한민국 외무부장관 변영태와 미국 국무장관 존 포스터 덜레스의 서명으로 체결된 날이기도 하답니다.(출처: 한글 위키백과 '국군의날')




개인적으로 이 사진에서 제일 인상깊은 모습은 1행2열(위 사진 오른쪽)에 돌아 앉아있는 분입니다. 다들 창가에 서서 국군 장병들의 시가행진을 구경하느라 여념이 없는데, 이 분만 유독 모니터를 보며 열심히 업무에 집중하고 계십니다. 혼자서 계시는 걸 보니 직위가 높으신 분 같은데, 과연 업무에 집중하고 계신걸까요? 혹시 주식차트를 보고 계신건 아닌지, 모니터가 보이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네요. 




저도 사진에 나온 분들처럼 테헤란로에서 군인들의 시가행진 모습을 사무실에서 내려다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행사를 준비하느라 고생했을 군인들을 생각하며 마음이 짠- 했더랬죠. 군대 다녀오신 분들은 다 아실거에요. 군대에서 행사 준비과정의 어려움을. 아, 문득 당시에 있었던 사건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강의석 군의 나체 반전 퍼포먼스! 빵으로 만든 총을 들고 퍼레이드 중간에 뛰어 들었었죠. 전날 밤부터 테헤란로 화단에 숨어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린나이에 그 깡이 참 대단하다 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찾아보니 2008년, 벌써 5년 전 일이네요. 제가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군요. 




오른쪽에 사무실에는 여자 직원이 안 계신가봐요. 남자 두 분만 우두커니 계시네요. 둘이서 옛날 추억을 되돌리고 계시겠죠? 내가 군대에 있을 적에는 말이야.. 하면서.




반대로 여기는 여자 직원분들만 계시네요.




이 분은 넘어질 듯 열심히 사진을 찍고 계시네요.




이 쪽 사무실은 분위기가 참 좋아 보입니다. 아예 창가에 걸터 앉아 편하게 구경을 하고 계시는군요.




여기도 사진 찍기 삼매경. 모두가 같은 날, 같은 행사를 보고 있지만, 다양하게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흥미로운 사진입니다.



(Yonhap-Reuters) Oct. 1, 2013. People in their offices watch South Korean troops during a military parade during a ceremony to mark the 65th anniversary of Armed Forces Day in central Seoul.


타임지 홈페이지(http://lightbox.time.com)에 올라온 사진을 캡쳐해봤습니다. 홈페이지에 가면 확대보기 및 다운로드가 가능하네요. 사이트에 방문하려면 링크를 클릭하세요.



그런데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인데.. 어디서 봤더라?




제가 처음에 이 사진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라고 했는데요. 제가 평소에 자주 들리는 사진 관련 블로그(썬도그님의 블로그 '사진은 권력이다.' http://photohistory.tistory.com/12607)에서 본 김인숙 작가님의 Saturday Night Facade 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2007년 독일에서 제작된 사진으로 가로 4.6m, 세로 3m의 대형사진이라고 합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제작비가 무려 6억이나 들어갔다고 하는데요.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가까이에서 자세하게 들여다 봐야 한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우리 삶을 모두 담아놓은 것마냥, 66개의 객실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 다른 행동을 하는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살하는 사람에서 부터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사람, 혼자서 외롭게 TV를 보는 사람 등등. 그리고 그냥 호텔 풍경을 찍은 것이 아니고, 별도의 스튜디오에서 방 하나씩의 장면을 소품들과 함께 연출하여 촬영한 다음, 호텔 전경 사진에 하나씩 합성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아래가 그 합성 전의 호텔 사진입니다.




호텔은 독일의 라디손 블루 미디어 하버 호텔이라고 하고요. 이 사진 촬영을 위해 하루동안 영업을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거기다 3년여의 준비 과정을 거친 작품이라고 하니, 제작비 6억은 더이상 놀랍지도 않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썬도그님의 블로그 '사진은 권력이다.'에 방문하시면 훨씬 깊이 있는 설명과 함께 사진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로 썬도그님의 블로그는 13,000개가 넘는 포스팅이 올라와 있는데요. 한 번 빠지게되면 헤어나오기 힘든 블로그 중에 하나 입니다. 마음 준비를 단단히 하고 방문하시길 바랍니다. 


- 김인숙 작가님의 Saturday Night Facade 사진과 설명은 썬도그님의 '사진은 권력이다.' 블로그의 내용을 일부 차용한 것으로, 트랙백과 덧글로 썬도그님께 이 사실을 알려드렸습니다. 퍼가기에 관대한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혹시 문제가 되면 참고한 부분은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 글 저장 후에는 김도훈 기자님께 메일을 써 볼 생각입니다. 타임지에 실린 소식을 전할 겸, 우연하게 비슷한 느낌으로 사진이 찍혔겠지만, 혹시 김인숙 작가님의 작품을 아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만약에 회신이 온다면 그 소식도 함께 추가해보겠습니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사진인데, 썬도그님의 블로그를 통해서 김인숙 사진작가님의 작품을 연상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서 사진을 보는 재미가 생겼습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하더니, 처음으로 사진보는 재미를 느껴 봅니다.


- 감사하게도 김도훈 기자님께서 답메일을 보내주셨습니다. 언론사의 사진 원소스 표기 방식도 알게되고, 촬영 전 촬영지를 섭외하러 다니는 수고로움도 알게 되었네요. 그리고 멋진 사진 링크도 함게 보내주셨는데, "달 위를 걷다." 라는 제목의 사진입니다. 타임지에 올라온 사진 하나로 시작된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아래는 김도훈 기자님 답메일 입니다.


안녕하세요. 


보내주신 메일 잘 받았습니다. 타임지에 제 사진이 실린 건 덕분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 사진이 타임지에 실리다니 영광이네요. ^^;

 

우선 연합뉴스 사진이 로이터 바이라인으로 함께 나가는 건 통신사 규약 때문인데요. 국내에서 외신 사진을 발행할 때도 로이터=연합뉴스, AP=연합뉴스 등의 표기를 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연합뉴스가 해외 뉴스를 취재한 외신 사진들을 받아서 발행하지만 반대로 해외 통신사가 연합뉴스 사진을 픽업해서 발행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소스를 먼저 적어주기 때문에 Yonhapnews-Reuters 로 표기되었습니다. 만약 반대로 외신을 국내에 발행할 땐 그 반대로 기재합니다.

 

그리고 말씀해주신 김인숙 작가님의 사진 같은 경우는 예전에 본적이 있습니다. (실제 사진이 아닌 인터넷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 비하인드 스토리도 읽어봤었고요. 그런데 제가 찍은 사진의 경우에는 김인숙 작가님의 사진을 염두에 두고 찍은 건 아닙니다. 김 작가님의 작품 같은 경우 철저히 구상과 준비가 필요한 작업이지요. 사진기자의 일 경우에도 철저한 준비를 하고 접근하는 경우도 있지만, 순간적으로 판단하고 취재하는 경우가 더 많거든요.

 

시가행진 2~3주 전부터 제가 올라갈 포인트를 미리 섭외하러 돌아다녔었는데, 제가 마지막에 섭외한 건물에서 그 건물의 창문을 보고 사람들이 있으면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은 했었지만,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그 상황이 되어야 알 수 있는 일이라. ^^

 

마지막으로 지난달 국군의 날 리허설 때 찍은 사진 하나 링크 보내드리면서 편지 줄일게요. 타지에서 고생하신 만큼 꼭 앞으로 좋은 일들이 가득하길 바라면서.



"달 위를 걷다."

(기사원문: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01&aid=0006503481)


Posted by Mr. 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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