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게 됐다. 내가 그린 그림을 처음 본 아내는 만약에 미술 쪽으로 진학을 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라고 묻는다. 글쎄... 주변에 미술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있었더라면, 그런 롤모델이 있었다면 뭔가 달라졌을까. 알 수 없다. 지나간 시간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학교, 직장, 가족, 친구들.. 지금의 나를 다듬어 준 소중한 시간과 사람들이다. 서른이 넘은 이제서야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찬찬히 들여다 볼 수 있고, 내 의지대로 행동에 옮길 수 있게 된 것일 뿐. 연필을 손에 쥐고 스케치북과 마주앉아 나에게 집중하는 이 시간이 좋다. 아직 수업시간에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고 비평을 주고 받는 것은 정말 긴장되고 심장 떨리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는 좋아하는 것을 놓지 않을 생각이다. 밥벌이도 해야하고, 새벽까지 과제도 해야해서 피곤하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 수 있는 지금에 감사드린다.


아래는 이승환의 '물어본다'. 가사가 마음에 와 닿는다. 요즘 한창 소화시키고 있는 내 생각들을 어쩌면 이렇게 잘 담아내고 있는지. 자꾸 들어도 좋다.





물어본다 | 이승환 | 8집 Karma


많이 닮아있는건 같으니 / 어렸을적 그리던 네 모습과 

순수한 열정을 소망해오던 /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와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 현실과 마주쳤을때

도망치지 않으려 / 피해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 나에게 속지 않게 오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 나에게 물어본다 오오

부끄럽지 않도록 / 불행하지 않도록

워워워 않도록


푸른 가슴의 그 꼬마아이는 /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니

어른이 되어 가는 사이 / 현실과 마주쳤을때

도망치지 않으려 / 피해가지 않으려

내 안에 숨지 않게 / 나에게 속지 않게 오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 나에게 물어본다 오오

부끄럽지 않도록 / 불행하지 않도록

더 늦지 않도록 


부조리한 현실과 / 불확실한 미래에 

내 안에 숨지 않게 / 나에게 속지 않게 오오

그런 나이어 왔는지 / 나에게 물어본다 오오

부끄럽지 않도록 / 불행하지 않도록

워워워 않도록



Posted by Mr. Gra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