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포스팅은 서울대에 등장한 '종교 전도 거부 카드' 관련 기사로부터 시작합니다. (관련기사 링크) 기사의 요지는 서울대 무신론 동아리 프리싱커스 Free Thinkers SNU 에서 '길거리 전도사'들에게 거부의사를 밝힐 수 있는 카드를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명함크기의 카드에 종교와 생각의 자유를 존중해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 담겨져 있네요. 생각보다 많은 학생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는 걸 보니, 그 동안 교내에서 학생들이 길거리 전도사분들에게 얼마나 많이 시달렸는지 그 불편과 짜증의 크기가 가늠이 됩니다.


프리싱커스에서 배포 중인 '종교 전도 거부 카드' 

<출처: 프리싱커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freethinkerssnu>




우선 저는 무신론자도 아니고, 유신론자도 아닙니다. 무슨 박쥐 같은 생각이냐구요? 솔직히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살아오면서 저 높은 곳에 신이 존재한다고 느끼는 순간도 있지만, 가끔은 그 신이 내 머리 속에만 존재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가 우리에게 사랑과 평화, 자비를 말씀하신 신께서 우리에게 바라는 행위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본인이 좋다고 느끼는 종교를 한 두번 권유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부 의사를 밝혔음에도 지속적인 권유를 하는 것은 본인이 권유하는 종교에 대한 거부감만 키우게 됩니다. 사실 말만 앞선 강요보다 몸소 행동으로 신의 가르침을 실천한다면 그 누가 그런 종교를 마다 하겠습니까? 예수님을 믿는다면 본인에게 예수님의 모습이 나타나도록 행동하고, 부처님을 믿는다면 본인에게 부처님의 모습이 드러나도록 행동하는 것이야 말로 최고의 선교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은 좋은 뜻으로 전하는 선교 활동이겠지만, 생각이 다른 상대방에게는 강요와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마녀사냥이나 십자군전쟁 같은 폭력과 전쟁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수없이 일어났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신념을 존중할 수 있을 때, 본인의 생각과 신념도 함께 존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지 답답합니다.

쓰다보니 푸념 같은 글이 되어가네요. 

저는 기독교인분들의 믿음이 잘못 되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이해없이 무조건 믿기만을 강요하는 일부 신자의 맹목적인 선교 행동이 안타까워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오해가 없길 바라겠습니다. 그 동안 기독교 중심의 휴스턴 한인사회에서 수없이 들었던 종교 권유의 말들에 저도 많이 지쳤었나 봅니다. 특히 만날 때마다 교회에 나오라고 하셨던 S할머님, 일요일에 할 일도 없을텐데 집에서 뭐하냐며 불쌍한 듯 바라보시던 그 눈빛을 잊을 수 없네요. 남의 주말 스케줄에 웬 간섭이냐며 따지고 싶었지만, 언쟁은 피하고 싶어 꾹 참았습니다. 아마 보실 확률은 낮을테지만, 이 글을 쓸 수 있도록 원동력을 마련해주신 S할머님께 이 글을 바칩니다. 


그리고 아래 영상은 프리싱커스 페이스북에서 본 동영상으로, 진화 원리에 대한 직관적인 이해를 줄 수 있는 유전적 알고리즘 영상입니다. 우스꽝스러운 0세대의 모습이 적자생존의 진화를 거쳐 자연스러운 동작으로 변하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일본의 무니무니 교수라는 분이 물리엔진을 이용해 각종 시뮬레이션을 한 다음 올린 동영상 중 하나라고 합니다. 찾아보니 재미있는 동영상들이 많이 있네요.




Posted by Mr. Gr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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